십이국기

순간의 기록 2009/05/31 22:43
친구가 번역했다는 마성의 아이를 보고,
문득 십이국기를 다시 보고 싶어서 대략 열흘 사이에 45화를 모두 섭렵했다.
좋은 책은 두고 두고 여러 번 읽으면 그 때마다 느낌이 다르다고 하던데,
감명 깊게 보았던 애니메이션도 시간이 흘러 다시 보니 느끼는 바가 달랐다.

사람이 우는 데에는 두 가지 이유가 있다.
정말로 슬퍼서 우는 것과 자신이 불쌍해서 우는 것.
후자의 울음은 어린아이의 울음이다.

인생은 기쁜 일이 반, 힘든 일이 반이다.
행복해질지, 불행해질지는 결국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다.
자기가 세상에서 제일 불행하다고 생각하는 건 가장 행복하다고 생각하는 것만큼 행복한 일이다.
나도 내가 가장 힘들다고 응석부리며 불행한 것을 즐기고 있는 것은 아닌가?

요코는 봉래에서도, 왕위에 등극한 직후에도, 주변 사람들의 눈치를 보느라 바쁘다.
모두의 눈치를 살피며 모두가 좋아할 만한 행동을 하기 위해 애쓴다.
학교에 적을 두고 있는 동안 내가 공부를 열심히 했던 것,
직장에 들어온 이후로 인정받으려고 노력하고 있는 것,
결국은 다 모두의 눈치를 살피면서 있는 것은 아니었는지...
사실 직장에서는 그닥 훌륭하게 지내고 있지는 못 하지만...
사람이 사는 것이 다 평판과 주위의 이목을 신경쓰지 않을 수 없다지만..
나의 선택과 행복은 어디로 가는 걸까?
어떻게든 살아지더라는 지인의 말이 떠오르는 시점이다.

다음에는 소설로 봐야지.

이렇게 주말은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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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매매

중얼중얼 2009/05/30 16:18

요즘 주위에 성매매 관련하여 논문을 쓰고 있는 친구가 있어서 몇 가지 이야기를 나누었다.
나는 2-3년 전부터 내 입장을 밝히거나 옳고 그름에 대한 판단을 내리는 걸 약간 회피하고 있다.
대체로 '그럴 수도 있지' '그렇게 생각할 수도 있겠네' 정도의 반응을 보이는 정도...
사실 무엇인가에 대해 판단을 내리는 것 자체를 두려워하고 있는 것인데..

여하튼,, 성매매와 관련하여 입장을 정리하기가 어려워지는 몇 가지 지점이 있다.

그 중 하나는, 성매매 자체가 나쁜가, 혹은 성매매가 여성의 성을 판매하는 것으로 지나치게 편중되어 있기 때문에 나쁜가 하는 것이다.
호스트바를 찾는 여성들이 있네 어쩌네 하지만, 아직까지는 대부분의 성매매가 남성이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형태로 이루어지고 있다. 사회적 분위기, 성별 권력관계, 가부장적 권력구도... 등등 때문일 텐데.. 성매매라고 했을 때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것을 떠올리는 것은 이에 대해 암묵적 사회적 합의가 깔려 있는 것이며, 이런 점에서는 성매매가 여성 억압적이라고 이야기할 수 있다.
그런데 말이다. 그렇다면 여성도 똑같이 남성의 성을 살 수 있게 되면, 일단 여성 억압적은 아니니 성매매는 더이상 나쁘지 않게 되는 건가? 여성이 남성의 성을 구매하는 것이나, 남성이 여성의 성을 구매하는 것이나 모두 서비스의 제공이라는 점에서 자유롭게 이루진다면, 성별 권력관계는 논외가 된다.

그렇다면 성매매는 자본주의 사회에서 판매되는 서비스의 한 형태로 인정받을 수 있는 것인가?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판매되지 않는 것이 없다.
영혼까지 판다는 마당에 성이야 팔아도 그만 아닌가? 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예전에는 이런 식으로 성매매와 관련된 논의를 전개해나가는 것을 무척 불쾌하게 받아들였다.
일단 정서적으로 거부감이 들었던 것인데...
노동시장에 뛰어든 이후로는 노동력도 팔고 양심도 파는데 성이라고 못 팔 것은 또 무엇인가 라는 생각도 든다.
물론 한 가지 간과된 점이 있다.
암만 자본주의 사회라고 하더라도 사회적 문화적으로 성을 파는 행위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존재한다는 것이다.
반면, 성을 구매하는 행위에 대해서는 상대적으로 너그러운 듯 해보이기도 한다. (물론 각자가 속해있는 문화집단에 따라 다르지만)
만약, 성매매에 대한 도덕적 비난이 사라진다면, 성매매를 자본주의 사회에 존재하는 서비스의 하나로 도덕적 판단 없이 받아들이는 사회적 분위기가 조성된다면, 성매매는 괜찮은 것인가?

여기까지 생각이 미치고 나니, 나는 더이상 판단을 내리기가 어려워졌다.
논문을 준비 중인 친구는, 성매매가 인간의 존엄성을 해치는 것이므로 나쁘다고 했다.
여전히 아노미 상태에 있는 나로서 인간의 존엄성은 멀게만 느껴진다.
다만, 내가 말할 수 있는 것은, 돈을 주고 성을 구매하는 건 촌스럽잖아.

휴- 어렵다 어려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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뼛속까지 자유롭고 치맛속까지 정치적인

독서기록장 2009/05/10 18:22

요즘 계속 방황하고 갈피를 잡지 못 하고 있는 내게 수완이가 빌려준 책.

모든 여자들이 읽었으면 좋겠고,
사실 남자들이 읽어야 삶이 변화할 수 있을 것 같다.

이야, 사람은 이렇게 살아야 하는 구나.
라는 생각도 하고..
목수정씨는 정말 용기 있는 사람이구나.
라는 생각도 했다.
부럽기도 하고 존경스럽기도 하며 닮고 싶기도 한 그녀의 삶.
나는 꿈을 실천에 옮길 용기가 있는 사람일까?
나는 꿈을 꿀 용기가 있는 사람일까?

20대 중반(..)이 되면서 이러다 인생의 좋은 날이 금방 다 가버릴까봐 두려워 했는데..
서른에도 인생이 시작된다는 그녀의 이야기..
그러고보니 수완이는 그런 이야기도 했지.
섹스앤더시티에 나오는 주인공 넷 다 30대라고....
나는 아직 서른도 안 되었으면서 세상을 다 산 것 같은 기분으로 있었던 걸까?

하지만 한 편으로는,,
난 예술가도 아닌데...
난 하고 싶은 것도 없는데..
난 지금 내가 가진 것들을 잃을까봐 두려운데..
난 아무 것도 사랑하지 못 할 것 같은데..
라는 생각이 든다.

나도 혹시 행복해지면 불안해 하는 사람인 걸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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